OCA에서는 매주 교사교육이 열립니다. 아이들을 하교시킨 후 몸은 피곤하지만 이 시간에 부어주시는 은혜와 채움이 있기에 4시 반이면 어김없이 옹기종기 모여 앉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이 시간에 함께 배우고 위로하고 기도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하루는 교사교육을 마치고 난 후 "역시 배우니까 좋다!"라는 한 선생님의 고백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정기적으로 다루는 주제 중 하나는 "기독교 고전교육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제가 Classical Christian Education (고전적 기독교 교육)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주셨던 마음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미국에서 교사 생활을 십여 년 했을 즈음, 제 안에는 교육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기독교 고전교육은 오랜 갈증 끝에 다가온 생수 한 모금 같았습니다. 하나님을 깊이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 성경을 기준으로 아이들의 영혼을 만지고 세워가는 교육,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덕을 쌓아가는 교육, 배움의 목표가 확실한 깊이 있는 교육. 고전적 기독교 교육Classical Christian Education 을 통해 신앙과 교육의 본질을 지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교육은 예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술과 같이 교육에는 똑 떨어지는 정답이나, 상황마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은 존재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정답 찾기와 매뉴얼에 익숙하게 길들여진 우리의 사고는 고전 기독교 교육을 맞대하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매뉴얼 같은 정답을 찾지 못해 도리어 혼란스러워지기도 합니다. 배움의 목표가 시험에서 고득점을 취득하는 정도라면 언제 어디서나 짠~하고 꺼내어 볼 수 있는 매뉴얼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고전 기독교 교육Classical Christian Education의 배움의 목표는 그것과는 다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신앙과 학문을 통합하여 하나님의 지혜와 덕을 세우고 배움의 모든 과목과 과정 가운데 하나님의 진리와 선하심,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것. 이 목표는 우리의 기존 사고와는 사뭇 달라 길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이것을 소화하고 적용하려면 우리의 사고와 가치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성경적이어야 합니다. 세상의 사고와 가치관을 발판으로 삼은 채 신앙적인 옷만 걸친다고 기독교 교육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배움을 '세상 학문'으로만 치부하여 하나님의 것과 세상의 것으로 분리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머물러서도 안됩니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말처럼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예수 그리스도의 영역이 아닌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배움의 모든 과정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배우고 기뻐하고 나타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이 배움의 목표가 그저 그런 종교적 언어에서 머물지 않고 실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그렇게 살기를 소망해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적이라는 것은 알겠고, 그것보다 당장 내일 수업에서 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당장 아이들 영어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무엇인가요?"로 방향을 잡아 방법론이 목적을 넘어서도록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방법보다 더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목표와 방향입니다. 빨리 성과를 내고 결과를 보기 원하는 우리의 본성을 다스려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 기독교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나눕니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창조, 타락, 구속의 복음의 메시지를 삶으로 살아내고 그 삶이 매일의 수업에 녹아내리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과목'이 아닌 '영혼'을 다루는 기독교 고전교육을 마음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기독교 고전교육의 방법만을 고려하면 오히려 형식에 묶이는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라틴어를 배운다고, 어려운 책을 읽어낸다고 진정한 고전 기독교 교육이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전 기독교 교육의 목표를 잘 이해하고 새겨야 성경적인 교육 뿐 아니라 성경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길을 다음 세대에게 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신앙과 삶이 하나가 되는 진정한 성경적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겨울, 미국 베리타스 클래시컬 아카데미Veritas Classical Academy의 선생님들과 함께 성장할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전과 기독교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커리큘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각 과목들을 어떻게 고전적으로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 오랜 경험을 가진 선생님들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배우기를 멈추지 않기 원합니다. 우리 안에 배움을 향한 열정이 넘치기 원합니다. 가르치는 자 이전에 배우는 자로 주 앞에 서기 원합니다.